1. 향수 대신 생선? 무슨 말일까?
“중세 유럽에서는 향수 대신 생선을 썼다”는 말을 들으면, 황당하게 들릴지도 몰라요. 향기로운 걸 바르기는커녕 비린내 나는 생선을 썼다고? 하지만 이 말은 단순한 비유를 넘어서, 중세 시대의 위생 관념과 향기의 의미를 엿볼 수 있는 단서예요.
당시 유럽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샤워 문화가 없었고, 정기적인 목욕조차 불결하다고 여겨지던 시기였어요. 심지어 물을 자주 쓰는 것이 병을 유발한다고 믿었죠.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체취를 감추거나 덮기 위한 독특한 방식으로 향기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이 향기의 재료가, 때로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것들이었던 거예요.
2. 생선? 향료? 중세의 향기는 '은폐용'이었다
중세 유럽에서 향수는 오늘날처럼 “좋은 향을 내는 것”보다는, 불쾌한 냄새를 덮기 위한 도구였어요. 사람들이 매일 씻지 않았고, 위생 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상류층이건 하층민이건 누구든 냄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어요.
그래서 중세 귀족들은 장미꽃잎, 약초, 계피, 사향 등 자연 재료로 만든 향주머니를 몸에 달거나, 코 주변에 자주 가져다 대는 방식으로 악취를 견뎠어요.
그런데 음식이 상하기 쉬운 시절, 생선을 비롯한 강한 냄새를 풍기는 식재료를 향 대신 이용하거나, 혹은 생선을 섞어 만든 향료도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어요.
심지어 상한 생선의 냄새가 종종 향처럼 사용되었다는 오해가 생긴 이유는, 당시의 향수 제조법이 매우 독특했고, 오늘날 기준으로는 비위생적이거나 역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들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에요.
3. 중세 사람들은 왜 목욕을 꺼렸을까?
중세 시대에는 ‘물은 병의 원인’이라는 믿음이 강했어요.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공중목욕탕 문화가 쇠퇴하면서, 유럽 전역에는 "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의 구멍을 통해 병균이 들어온다"는 인식이 퍼졌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 년에 한두 번 목욕하거나, 아예 씻지 않기도 했어요. 왕이나 귀족도 마찬가지였고, 향수나 향주머니는 그 대안으로 사용됐죠.
이 때문에 몸에서 나는 체취, 음식 냄새, 생활 속 악취를 덮기 위해 더 강한 향기를 추구하게 되었고, 이것이 때때로 생선과 같이 지금은 향기로 여기지 않는 재료들까지 ‘향’의 재료로 오해되거나 사용되게 만든 거예요.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의학적 무지, 종교적 관습, 문화적 인식이 뒤섞인 결과이기도 했어요.
4. 향기의 진화, 문화의 차이
지금은 향수를 뿌리는 것이 ‘청결’과 ‘자기 표현’의 상징이지만, 중세 사람들에게 향기는 생존을 위한 방어막 같은 존재였어요.
현대의 향수는 과학적인 조향(調香) 기술을 통해 아름다운 향을 만들어내지만, 과거에는 생선, 동물성 지방, 타르, 심지어 분변까지 향료에 섞이는 일이 있었어요.
‘좋은 냄새’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랐던 거죠.
중세 유럽의 ‘향기’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다소 황당하고 때로는 불쾌할 수 있지만, 당시 사람들 나름대로의 청결, 건강,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또 이해할 만한 부분도 있어요.
향수 대신 생선을 썼다는 말은 단순한 사실 그 이상으로, 중세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생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창이에요.
맺음말: 향기에도 역사가 있다
“향수 대신 생선”이라는 말이 처음엔 웃기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중세 유럽의 위생 문화, 의학 지식, 사회 인식이 모두 담겨 있어요.
우리는 향기를 감성적으로 소비하지만, 옛사람들은 생존과 체면을 위해 향기를 선택했어요.
냄새를 감추기 위한 ‘향기’는 결국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단서인 셈이죠.
교과서엔 잘 나오지 않지만, 향기 하나에도 이런 깊은 시대의 흔적이 담겨 있다는 사실, 흥미롭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