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고대 이집트인의 위생 개념과 치아에 대한 관심
고대 이집트인들은 단순히 신비로운 피라미드나 미라 제작 기술로만 유명한 문명이 아니다. 이들은 위생과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졌던 문명으로, 치아 관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집트인들은 외모와 청결을 매우 중시했으며, 신체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신성함과 직결된다고 여겼다. 특히 상류층일수록 구강 건강과 치아 미백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대 벽화나 파피루스 문서를 보면, 입냄새 제거와 치아 미백에 대한 기록이 존재할 정도다. 이는 그들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사회적 이미지와 건강한 몸’을 추구했음을 보여준다.

2. 고대 이집트의 치약: 천연 재료의 놀라운 조합
고대 이집트인들은 현대의 치약과 유사한 형태의 치분(齒粉, tooth powder)을 사용했다. 가장 흔히 쓰인 재료는 가루 석회, 숯, 잘게 부순 조개껍데기, 마른 민트 잎, 천연 소금 등이었다. 이 조합은 입냄새를 줄이고 치아 표면을 닦아내는 데에 효과적이었지만, 입안에 상처를 낼 정도로 입자감이 거칠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 조합은 실제로 현대의 민간요법이나 자연주의 치약에서 영감을 준 원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편, 4세기경 이집트에서 발견된 고대 치약 레시피에는 "소금 1드라크마, 민트 1드라크마, 말린 아이리스 꽃, 후추"를 혼합해 사용하는 방식이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조합은 단순한 위생 개념을 넘어서, 구강 질환 예방까지 염두에 둔 지혜라 할 수 있다.
3. 칫솔의 전신: 나무 막대기와 섬유의 활용
현대의 칫솔은 고대 이집트에도 존재했을까? 물론 오늘날의 플라스틱 칫솔과는 다르지만, 유사한 도구는 존재했다. 이집트인들은 얇고 부드러운 야자나무 가지나 나무 막대기 끝을 씹어 섬유화한 다음 이를 닦는 도구로 사용했다. 이를 ‘치간 나무(chew stick)’ 또는 ‘미스왁’이라 부르며, 이후 이슬람권과 중동 지역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이 막대기의 섬유는 천연 항균 효과가 있어, 구강 내 세균을 줄이는 데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인공적인 칫솔과 치약이 없던 시대에 자연이 제공한 도구를 활용한 생활 지혜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부드러운 천이나 깃털로 잇몸을 문지르는 방식도 함께 사용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4. 당시 치과 질환과 구강 상태의 실제 모습
고대 이집트인들이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닦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라의 치아를 분석해 보면 놀랍게도 심한 마모, 충치, 잇몸병이 흔하게 발견된다. 이는 주로 곡물 중심의 식단에 모래나 돌가루가 섞여 있었기 때문인데, 빵을 굽는 과정에서 밀가루에 섞인 미세한 석영 입자 등이 치아 마모를 가속시킨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설탕 섭취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충치 자체는 적은 편이었지만, 심한 마모로 인한 치아 통증과 염증은 자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인들은 이를 치료하기 위해 간단한 치유제나 침향 같은 약제를 사용했지만, 오늘날과 같은 치과 기술은 없었기에 근본적인 치료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문명의 위생과 건강에 대한 집착은 후대 의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