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 로마인의 아침
고대 로마 사람들의 하루는 매우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었어요.
특히 귀족이나 정치 활동을 하는 시민은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했죠.
로마 사회는 ‘게으름’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았고, 부지런함과 절제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기 때문에, 아침 일찍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어요.
귀족들은 하루 계획을 점검하며 노예들이 준비한 간단한 아침식사(파네스 - 빵 조각, 치즈, 꿀 등)를 먹었고, 곧장 ‘살루타티오(salutatio)’라는 방문 접견 시간으로 이어졌어요.
이 시간은 하급 시민이나 고객(clientes)들이 상류층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던 시간으로, 로마 사회의 후원자–피후원자 관계의 중요한 장면이기도 했죠.
즉, 아침은 단순히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다지는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2. 오전의 시간은 정치와 비즈니스의 무대
로마의 하루 중 오전 시간은 매우 활기찼어요.
귀족이나 정치가들은 아침 인사 시간 이후, 포룸(Forum, 로마의 광장)으로 이동했어요.
포룸은 오늘날의 시청 + 법원 + 시장 +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한 공간으로, 법정 공방, 토론, 정치 연설, 상거래가 동시에 이루어졌어요.
상인들은 자신의 가판대를 열고 상품을 팔았고, 변호사와 법무관들은 법정에서 싸움을 벌였으며, 정치인들은 연설을 통해 민심을 사로잡으려 했죠.
노예, 장인, 상인, 군인 등 계층을 불문하고 모두 포룸에 모였기에, 로마 시민의 ‘사회적 맥박’이 뛰는 공간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시기 로마 남성들은 보통 토가를 입고 사회 활동에 참여했으며, 여성들은 집 안에 머물며 가사를 돌보거나, 외출 시에는 신분에 맞는 스톨라(stola)를 착용했어요.
3. 점심과 낮잠, 그리고 목욕의 시간
오전의 분주한 활동이 끝나면, 로마인들은 정오 무렵 간단한 점심을 먹었어요.
주로 빵, 올리브, 말린 과일, 와인 등이었고, 때때로 소박한 수프나 남은 고기를 곁들이기도 했죠.
이후에는 짧은 낮잠(siestatio)을 즐겼는데, 로마의 여름은 무척 더웠기 때문에 활동을 멈추고 잠시 쉬는 문화가 생겼어요.
그리고 오후에는 로마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목욕(balneum)’ 시간이 찾아왔어요.
공중 목욕탕은 단순한 세정 공간이 아니라, 운동, 사교, 토론, 독서, 마사지까지 가능한 멀티 복합 문화 공간이었어요.
로마인들은 목욕을 통해 땀을 씻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해소했으며, 귀족과 평민이 섞여 교류하는 ‘사회적 평등의 공간’이기도 했죠.
이 시간은 로마인의 삶에서 가장 여유롭고 인간적인 시간이었어요.
4. 저녁 식사와 하루의 마무리
하루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저녁 식사(cena)였어요.
상류층 가정에서는 해 질 무렵부터 성대한 연회가 열렸고, 다양한 요리와 와인, 음악, 시 낭송이 함께했죠.
하인이나 노예들이 음식을 차리고, 손님들은 길게 누운 채로 식사하며 대화를 즐겼어요.
식사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교양과 문화의 전시장이자 인맥을 다지는 중요한 사교 자리였어요.
반면, 서민들은 주로 소박한 저녁 한 끼를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요.
하루가 끝나면, 일부는 가정에서 가족과 조용한 시간을 보냈고, 또 다른 이들은 극장, 서커스, 검투 경기를 즐기러 나가기도 했죠.
이렇듯 로마인의 하루는 규칙적이면서도 여유롭고, 개인과 사회를 모두 고려한 시간 배분으로 이루어졌던 거예요.
맺음말: 고대 로마의 하루, 생각보다 바쁘고 인간적이었다
고대 로마인의 일상은 생각보다 현대인 못지않게 체계적이고 바쁜 삶이었어요.
사회적 예절, 업무, 운동, 여가, 교류가 균형 잡히게 분포되어 있었고, 특히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한 철학과 여유가 삶 곳곳에 스며 있었죠.
교과서에서는 흔히 로마를 제국과 전쟁의 시선으로만 보지만,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들이 얼마나 깊이 생각하며 살았는지 느껴지지 않나요?